희신망기 사일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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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03 20:18
조회수: 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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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히 주무셨습니까.”

“…….”

남소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들의 소가주는 종종사실 기분 좋은 날이라고는 없었지만, 오늘은 유난한 싶었다. 본심을 말하자면 아예 눈에 띄고 싶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소가주에게 인사도 하지 않을 수는 없는 법이었다. 바로 그러한 소심함과 우직함 때문에 장래의 보좌로 남계인에게 찍힌 것을 모르는 남소는 그래도 화나 짜증을 내지 않는 어디냐고 자위했다. 그들의 소가주는 우울하고 냉정하고 바늘 하나 들어갈 듯이 엄했지만 아랫사람에게 억지를 부리거나, 변덕을 부리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냥남가 가규를 사람으로 만든 다음 얼리면 저런 모습이 싶었다. 그래도 , 어쩔 없는 일이지. 남소가 내심 온가를 향한 욕설을 습관적으로 늘어놓으며 주억거렸다. 14 일로 온가를 향한 남가의 원한은 깊고 깊었다. 은혜는 응당 갚아야하고 원한은 더더욱 갚아야 하는 법이다. 더욱이 그들의 원한은 주가(主家) 어린 피로 쓰였으니, 그에 맞은 대가를 치르려면 온가는 피로 그들의 옷을 물들여야 마땅했다. 그래서 그는 소종주의 질문을 늦게 감지했다.

“…?”

“……. 이게 무언지 아느냐 물었다.”

남소는 커다란 덩치에 맞지 않게 눈을 또르르 굴렸다. 소가주의 위에 올려져 있는 것은 앙증맞은 옥토끼였다. 그것도 백옥으로 만들고 눈은 역시 적옥을 박은 싶었는데 아주 어울렸다. 하지만 그런 앙증맞고 귀여운 것이 자신들의 소가주 손에 있는 것이 어울리냐고 한다면…. 남소는 위화감을 느끼면서도 고지식하게 고했다.

청하에서 비슷한 것을 적이 있습니다. 귀한 아기들에게 주는 선물….”

소가주의 아름다운 얼굴에 일어난 변화를 지켜보던 남소는 서둘러 눈을 내리깔았다.

“…입니다.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것이라고…”

“…그래.”

뿌드득 이빨을 가는 소리가 들렸다고 생각한 남소는 금방이라도 소가주가 옥토끼를 부숴버리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뜻밖에도 그는 옥토끼를 갈무리하고 발걸음을 돌렸다.

남망기는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소심한 수하가 온가의 사신이 전해왔다는 출발시각을 듣고 적당한 지시를 내린 발을 돌렸다. 남망기 자신이 자신의 행동을 가장 이해할 없었다. 온가에 속한 자의 선물이라니, 그것도 자신의 나이를 빗대어 희롱한 것이 틀림없는 물건을. 그럼에도 버리지 못한 것은, 문득 어떤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형은 울던 자신을 놀리기를 좋아했다. “우리 울보 찹쌀떡아. 북쪽에는 너무 울어서 눈이 빨개진 눈토끼가 있다던데, 너를 토끼들 속에 데려다놓으면 아무도 찾지 못하겠구나.” 형이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뺨을 꼬집었던 것이, 정말 있었던 일일까.

“…….”

바람이 싸늘했다. 남망기는 저도 모르게 온가의 진지 쪽을 바라보고 있는 자신을 깨닫고 입가를 굳혔다.

 

 

 

소가주, 정녕 모르는 하실 생각이십니까.”

온축류가 주인 앞에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옷매무새를 다듬던 청년이 빙긋 웃었다.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구나, 축류.”

소가주.”

온축류는 씁쓸한 얼굴로 주인을 올려다보았다. 그의 주인은 온약한이었으나,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의 가장 강력한 무기를 총애하는 아들에게 내려주었다. 사실에 불만을 갖기에는 온축류의 충심이 너무 강했다. 그의 아들 역시 온가의 소가주로서 부족함이 없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기도 했다. 강함을 숭상하는 온가에서 청년이 소가주의 자리를 차지할 있었던 이유는, 가주의 총애만이 아니었다.

하지만 핏줄을, 천륜을 끊을 있는가. 온축류의 근심어린 시선은 어제 남가의 소가주와 너무 닮은, 누가 봐도 핏줄임을 있는 청년의 얼굴에 쏟아졌다. 충실한 수하의 근심어린 시선을 느낀 청년이 웃었다.

“14 , 남가의 장자는 죽었다. 가엾은 노릇이나, 어린 목숨 하나로 부모와 동생과 동문을 구했으니 아쉬울 것은 없지 않겠느냐.”

“…….”

14 , 온축류 역시 그곳에 있었다. 산문 앞에서 앞으로 벌어질 살육에 벌써 취한 온가의 행렬을 맞이한 것은 겨우 여섯 살짜리 아이였다. 온축류의 눈에 그는 갓난아기나 다름없어 보였다. 그러나 어린아이의 입은 신랄했다.

온가의 가주는 어찌 태양문을 받들고 아들의 피를 빌미로 무도한 짓을 벌이시려 하십니까. 아들의 피를 다른 아들의 피로 씻을 있다 여기십니까. 부모의 피눈물을 다른 부모의 피눈물로 닦을 있다 하십니까. 땅에 떨어진 물은 이미 땅의 것이니, 선문으로서 마땅한 모범을 보이십시오!”

그러나 온약한이 관심을 가진 것은 다른 것이었다. 오연히 위에 앉아 아이를 내려다보던 남자의 눈에는 이채가 흘렀다. 가장 가까이 있던 온축류는 지루한 보이던 온약한의 흥미를 느끼고 소름이 끼치는 것을 느꼈다.

남가의 자식아, 너는 이미 금단을 맺었구나.”

온약한이 흥미롭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온약한은 자신의 자식들이 태어났을 이미 자질이 좋지 않다 하여 그들의 모친을 처가로 내쳤고, 아들들에게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실제로 온약한의 자식들은 가문에서 좋은 스승을 붙이고 좋은 약재를 먹였으나 성취가 마땅치 않았다. 온가에서는 호랑이가 개를 낳았다는 뒷말이 흘렀다. 그나마 뒤로 온약한이 아내와 자식에게 관심을 잃은 덕분에 온가의 적자로서 대우를 받을 있었다. 때문에 온가에서는 온약한이 자식들의 우연한 죽음을 명분으로 삼아 남가를 핍박한 것은 정치적으로 이용한 것에 불과하다 여겼다.

그렇다면, 무능한 자식을 잃은 호랑이가 늑대의 자식을 발견한다면 어찌 것인가? 온축류는 뒤로 자신이 목격한 것이 떠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 눈을 감았다. 쏟아지듯 선혈이 흐른 남가의 , 공기를 떨리게 하던 소리없던 비명, 늘어진 어린 , 온약한의 만족스러운 웃음소리.

호랑이는 양자를 들이지 않는 법이다.

 

온축류.”

담담하지만 냉기가 서린 목소리와 함께 매서운 손이 주저하지 않고 그를 후려쳤다. 충격에 비틀거린 온축류는 제자리로 돌아왔다. 고소, 벽령호, 주인.

부친이 주신 검이 요즘 이상하게 구는구나. 직접 부친께 돌려드려야 할까? 부친은 아마 쓸모없으면 목을 치라 하시겠지.”

온축류는 자리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  

“…속하가, 주제 넘었습니다. 용서해주십시오, 소가주.”

그래.”

청년이 빙긋 웃었다. 남망기와 흡사한 얼굴이, 그가 절대 짓지 않을 법한 해사한 웃음을 떠올리며 다정히 말했다.

남희신은 죽었다. 남가는 빚을 잊지 못한 모양이나, 태양은 사소한 시시비비를 일일이 가리지 않는다. 고소는 앞으로도 평안할 것이다. 그러니, 남가의 어린 소가주도 머지않아 어리석은 형을 잊게 것이다.”

“…, 소가주.”

 

청년이 마지막으로 태양문이 놓인 면사로 얼굴을 덮고 두건을 눌러썼다. 이제 사냥이 끝나면, 그들의 길은 다시 나뉘게 것이다. 온축류를 앞장 세우고 뒤를 따라 걸어가며, 온가의 공자가 다정히 속삭였다.

그러니 부디 그 걸음걸음, 아프지 말기를. 눈물을 닦아줄 이는 이미 없으니.

아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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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code: [4cbad] - 2023/07/03 23:07

ㅠㅠㅠㅠㅠㅠ온가의 소가주는 남희신인 거 같은데ㅠㅠㅠㅠㅠㅠㅠㅠ망기가 그 사실을 알게 되면 어떤 심정이 될까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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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de: [cf7d8] - 2023/07/03 23:32

헐 센세!!!!!!!!!!!!!!!!!!!!!!!! 돌아오시다니 붕키 일단 앞구르기 3번 하고 읽었어요!!!!!!!!!! 진짜 온가의 소가주가 남희신인 걸 망기가 알면 어떨지ㅠㅠㅠㅠㅠㅠㅠㅠㅠ 상상도 안 되네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상처받고 무너질지 아니면 그래도 어떻게든 받아들이려고 노력할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그리고 남희신은 무슨 생각인지도 궁금해요ㅠㅠㅠㅠㅠㅠ 다시 앞편 복습하러 가야겠어요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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