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삿짐] 나만 진심인 사윤수애
노잼 ㅈㅇ
그 유명한 함광군과 이릉노조가 혼인을 하고 정실에 살림을 차렸단 소식에 수선계가 시끄러웠지만 함광군이 선독 자리에 오르고 이릉노조도 이전과 다르게 조용하게 지내니 곧 사그러들었어. 하지만 운심부지처는 시끄러웠는데 남희신이 폐관수련 들어가고 함광군도 단수가 되다니 고소남씨 직계가 이대로 끊어질까 싶은 남계인의 걱정 때문이었지. 사추는 망선에게 있어서는 아들이었지만 양자로 입적된 것이라 후계로 세우기에는 입지가 좋지 않았어. 그렇다고 방계에서 사람을 들이자니 그나마 경의가 실력도 걔 중 낫고 관계도 가까웠지만 성격이 매운맛이라 마땅치 않았지.
"후계 때문이라면 걱정마세요. 제가 낳아드리죠, 뭐. 한 열명쯤이면 될까요?"
매일같이 후계타령을 하는 남계인에게 어느날 무선이 호탕하게 원하시면 꼬마 남이공자를 열명쯤 뚝딱 낳아드리겠노라 호기롭게 선언했지. 또 무슨 사술을 쓰려는게냐고 호통을 쳤지만 무선이라면 어쩐지 가능할지도 모르겠다며 남계인도 망기도 은근히 기대를 했어. 그리고 정말로 몇달후 무선이는 아이를 가졌지. 당연히 사술은 아니었고 장서각에서 사내도 아이를 낳게 해주는 열매가 있다는 내용의 책을 읽고 천재만재인 무선이가 그걸 찾아낸거였어.
아이를 가지고나서는 고소의 쓰고 달달한 국과 밍밍한 음식따위는 먹을 수 없다는 무선이투정에 매일같이 주방을 벗어나지 못하는 함광군이었겠지. zipzip해서 시간이 흘러 산달이 다가오는데 성급하게 진통을 느낀 무선이가 그대로 준비없이 아이를 숨풍- 하고 낳아버렸는데 그렇게 태어난게 사윤이어야 옳다. 망기도 무선이도 출산은 처음인데다 달도 채우지 못하고 낳은거라 걱정했는데 거짓말처럼 쉽게 낳아버린거지.
"남잠, 나 출산이 체질인가봐. 헤헤~"
그렇게 본인의 새로운 특기를 발견한 무선이가 남선생한테 약속한 것처럼 계속 아이를 줄줄이 낳기 시작하는데 망기를 똑 닮은 첫째 사윤이와 달리 둘째, 셋째는 무선이를 쏙 빼닮은 빙운이와 묵염이였지. 그리고 넷째, 다섯째 이보, 일박이 쌍둥이가 태어나고 운심부지처에 어느새 아이들이 가득해서 시끌시끌한 나날이 계속 되었어.
망선의 사윤이는 겉은 배추요 속은 돼지인 겉배속돼였지만 부모의 재능을 골고루 물려받아서 남들보다 팔힘도 장사고 검도 잘 다루는데다 활도 잘 쏘는데 심지어 입도 잘 털었겠지. 그래서 동생들은 대부분 사윤이의 말을 잘 듣고 좋아했어. 물론 사윤이도 동생들을 좋아했지. 빙운이와 묵염이는 좀 자신과 달라서 좀 재미없고 잔소리도 많아서 귀찮기도 했지만 모칭을 닮아 이뻐할 수 밖에 없었지. 이보와 일박이는 자신과 같은 겉배속돼과라 잘 통할때는 세상 친했지만 까불기 시작하면 쥐어패고 싶을 때가 많은 그런 찐형제 바이브를 풍기는 사이였지. 여섯째 지총이부터는 나이차가 꽤 나는 편이라 귀여워해주면서 자주 놀아줬는데 매일이 매일인 부모 덕에 졸지에 보모 신세가 되어버린 사윤이는 동생들이 좋아면서도 귀찮을때가 많았어.
그런데 마지막 동생인줄 알았던 당삼이가 아직 두돌도 되지 않았는데 모칭이 또 아이를 가진거야. 열명을 채우면 더이상 동생은 없을 줄 알았던 사윤이는 배신 당한 기분이었지.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이제 곧 제가 혼인을 할 나이인데 이렇게 계속 동생이 태어나다니 야렵 도중에 모칭으로부터 서편을 받은 사윤이는 그간의 설움이 폭발해버렸지.
평소 숙조부가 선독의 첫째아들이다, 고소 남씨 후계자다 하면서 남들보다 더 엄하게 가르치는 것도 싫었고 끝없이 이어지는 가규 베끼는 것도 화가 났고 동생들 단속하라는 잔소리는 더더욱 싫었지. 모칭은 매번 사윤아,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라고 했고 실제로도 좀 그렇게 살았지만 어쨌든 고달픈건 고달픈 거였지. 그래서 사윤이는 '더 넓은 세상을 배우고 옵니다 - 사윤 올림- ' 이렇게 답장을 보내고 그대로 가출을 감행했어.
재능충이라 이미 금단을 맺은지도 오래고 또래에 비해서 실력도 뛰어난데다 무엇보다도 사윤이는 입을 잘 털었어. 혼자 다녀도 뚝딱뚝딱 야렵도 잘하고 모르는 사람들하고도 잘 어울려서 다니고 그랬지.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객잔에서 시비에 휘말린 수애를 보고 선녀같은 미모는 모칭밖에 없는줄 알았던 사윤이는 한눈에 반해버렸어.
"그러니까 그쪽이 틀린거래두 그러네?"
수선계 사람은 아닌거 같은데 평범한 사람은 또 아닌거 같은 수애는 조금 지켜보니 다른 대륙에서 온 사람이었어. 그런데 왠 사기꾼들에게 걸려서 옴팡 털릴 각이었지. 그 모습을 가만 지켜보던 사윤이 나섰어.
"내가 보니 이 사람 말이 틀린게 없는데요?"
일단 입을 열면 남계인이 피를 토하고 매운맛으로 유명한 무선이도 기가 차서 대꾸를 못할 정도의 말빨을 가진 사윤이 나서니 후다닥- 정리가 되어버린건 순식간이었지.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뭘요, 사람이 돕고 사는거지. 그런데 공자는 이 곳 사람이 아닌가보군요."
수애는 사실 투라대륙에서 무술을 연마하러 온 참이었어. 부모형제도 없는 천애고아라 어디에서 살더라도 별다를거 없는데 여기는 수선계라는게 있다는 소리에 더 높은 경지의 수련을 할 수 있겠구나 싶어서 온거였지. 그런데 얼마되지 않아 사기꾼들에게 걸려서 전재산을 털릴뻔한걸 사윤이 구해준거야.
"저도 마침 견문을 넓히고자 혼자 돌아다니던 참인데 이참에 함께 다니면 어떨까요? 저는 수선계 사람이니 공자에게 도움이 될 거 같은데..."
처음 만난 사람이랑 함께 다니다니 큰일날 소리였지만 납득충 수애는 훤칠하니 잘생긴데다 말도 잘하는 공자가 수선계에 대해서도 알려주겠다고하니 냉큼 그러겠노라 했지. 이렇게 정의롭고 잘생긴 공자가 나쁜 사람일리 없다고 사윤이 얼굴로 사람됨됨이를 납득해버리는 납득충 수애.
둘이 그렇게 야렵을 다니면서 사윤이는 알게모르게 매일같이 수애에게 불꽃플러팅을 했지. 세상에서 우리 모칭이 두번째로 아름답다. 물론 첫번째는 너다. 나랑 혼인하면 금단이란 것도 금방 맺게 해주겠다. 하지만 수애는 사윤이의 그런 말들을 장난으로 여겼어. 사내랑 사내가 결혼이라니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지.
"우리 모친도 비록 사내지만 나를 낳으셨으니 걱정할 거 없어."
사윤의 부모님은 두 분 다 사내인데 어떻게 혼인하여 아이도 낳았는지 수애는 신기했지만 수련을 열심히 해서 높은 경지에 이르면 가능하다는 사윤이의 말에 역시 납득충답게 또 쉽게 납득해버렸지. 그렇다고해도 사윤과의 혼인은 할 수 없었어. 어느 가문의 자식이라고 밝히진 않았지만 하고 다니는 입성이나 돈씀씀이가 헤픈걸로 봐서 예사 가문의 자제가 아니란걸 모를 수 없었지. 자신은 가진 것 없는 천애고아인데 누가 이 혼인을 허락하겠어. 수애는 애써 사윤이를 계속 밀어내다 지칠때쯤 이제 그만 서로 각자 갈 길을 가자고 말했지.
"공자와 저는 이제 그만 각자 갈 길을 떠나는게 좋을거 같습니다."
청천벽력같은 소리에 사윤이는 싫다좋다 답도 하지 않은 채로 술만 벌컥벌컥 들이켰어. 다행히 주량은 모칭을 닮아서 쎈 편이었지만 수애에게 거절을 당한채로 빈 속에 술만 마시니 금방 취기가 올라왔어. 그렇게 눈 앞의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수애를 보고 있자니 늘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을 보는 바로 아래 동생 묵염이가 생각났지. 그러다 갑자기 또 화가 솟구치는거야. 나는 이렇게 좋아하는 사람한테 거절을 당했는데 부모님은 끝없이 동생들을 낳을만큼 금슬이 좋다니 자신도 모르게 하소연이 절로 새어나왔어.
"공자는 동생들이 많다니 정말 부럽습니다."
사윤이의 동생 이야기에 술이 얼큰하게 취한 수애도 서러움이 밀려왔어. 너무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었던터라 가족들이 복작복작하게 사는게 너무 부러웠거든. 게다가 동생들이 그리 많다니 형제들이 노는 걸 보면 늘 가슴이 미어졌던 수애는 자신도 모르게 어느새 울고 있었어.
"저도 가족이... 형제가... 참말 부러워요."
어느새 울고 있는 수애를 품에 가득 안고 토닥이던 사윤이의 머릿속을 스치듯이 지나간 것은 이게 바로 기회란 생각. 몇달동안 수애와 다니면서 사윤이는 수애가 보통 납득충이 아니란걸 알게 되었어.
"너는 그리 내가 싫으냐?"
"그게 아니라... 저는 천애고아인데 그런 집안에서 어찌 저를 허락하시겠어요?"
수애의 대답에 사윤이는 이대로 수애를 감아보기로 마음먹었어.
"우리 부모님도 집안 어르신들이 반대하는 혼인을 하였지만 지금껏 금슬 좋게 잘 살고 계시니 걱정할거 없어. 게다가 내가 누굴 데려가든 반대할 분들도 아니니 안심해."
"그래도..."
"수애야, 나는 지금 동생이 아홉명인데 앞으로도 한명이 더 태어날 예정이야. 모칭이 임신중이시거든. 그러니 나와 혼인하면 너에게도 시동생이 열명이나 생기는 셈이지. 시동생이라고하나 네가 내 도려가 되면 우린 한 가족이 되니 네 동생이나 마찬가지요. 내 부모가 네 부모이니 부모님도 생기는 거지. 그뿐 아니라 우리 집안은 대가족이라 늘 여러 사람들이 어울려 살고 있어 외로울 틈이 없어. 나와 혼인만 하면 이리 든든한 네 편이 생기는데도 싫으냐?"
사윤의 말에 수애는 어느새 저도 모르게 감기고 있었어. 사실 수애도 사윤이 좋았지. 게다가 사윤의 부모님들은 금슬이 좋으시다니 자신도 사윤과 혼인하면 오래오래 잘 살 것이 틀림없었지. 더구나 혼인하면 시부모님뿐 아니라 동생들이 열명이나 생기다니 생전 가져보지 못한 채 살아온 것들이 한꺼번에 굴러들어올 판이었어.
"네가 끝까지 싫다면 더이상은 너를 귀찮게 하지 않을게. 어차피 곧 막내동생이 태어날 때가 되어 집으로 돌아가야하거든. 하지만 네가 좋다면 나는 너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사윤이는 수애에게 동생들의 장점을 어필하고 단점을 숨긴채 말을 이었어. 빙운이와 묵염이는 아정하기 그지 없어 집안의 자랑이요, 늘 자신을 든든하게 받쳐주는 동생들이라 너에게 이것저것 많은 것을 가르쳐줄 것이라고. 이보와 일박이는 무술 실력이 뛰어나 너와 대련하기를 좋아할거야. 게다가 모칭을 무척이나 좋아하니 우리 모칭을 닮은 너를 싫어할 리 없어. 하면서 한명한명 손에 꼽으면서 서서히 수애를 녹여나갔지. 어느새 수애의 머릿속에는 생전 본 적 없는 동생들이 제게 형님, 수련이란 이리 하는 것입니다. 하고 가르치는 목소리와 형님, 이번에도 한 수 배우겠습니다. 하고 대결을 청하는 모습들이 스쳐 지나갔지.
"좋아요. 공자를 따르겠어요."
우주최강납득충 수애는 그렇게 사윤이를 따르겠노라 허락을 하였지. 그리고 그 소리를 들은 사윤이는 서로 정인이 된 것을 입맞춤으로 맹세하자고 다시 한번 입을 털어서 그날 밤새도록 수애의 입술을 놔주지 않았어. 물론 입술만 놔주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훗날 결혼을 허락 받을때 첫날밤을 먼저 치룬 것을 알게 된다면 집안 어른들이 자기를 죽일 것은 물론이요, 동생들의 경멸이 두려워 조금 뒤로 미루려고 엄청난 인내를 발휘했을 것이다.
약망선 사윤수애
댓글
사윤수애 좋아ㅠㅠㅠ센세 막문단 압해로 어나더!!!!!!
저도 사윤수애 진심이에요!!! 무선이 저 정도면 계속 배불러 있는 상태 아니냐 ㅋㅋㅋㅋ 사윤이랑 수애 운심부지처에서 사는것도 보여주세요ㅠㅠ
너무 귀여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